[해외] 180차 우즈베키스탄-심유민 기고문

콤스타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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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TA 180차 우즈베키스탄 기고문

“치료를 넘어, 마음을 전하다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3학년

심유민 학생


KOMSTA를 처음으로 자세히 알게 된 것은 작년 전통의약 국제심포지엄(ISTM)에서였다. 당시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과학임상센터 Jamshid 센터장님의 강연을 들으며, 언젠가 꼭 우즈베키스탄에서 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었다.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 현지에 한의학의 가치를 전하고, 사람과 사람이 마음으로 교류하는 KOMSTA의 활동이 지닌 의미가 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그 꿈이, 제180차 KOMSTA 해외의료봉사로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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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 아래, 첫 진료 준비”

 

부하라에 도착한 첫날, 공항을 나서자 건조한 공기와 강렬한 햇빛이 온몸을 감쌌다. 통역 선생님, 버스 기사님과 인사를 나눈 후, 단원들은 곧바로 진료소 세팅을 위해 움직였다. 황금빛 타일로 장식된 미나렛과 돔이 늘어선 도시 중심부를 지나 20분가량 달리자, 논밭 사이로 염소와 소가 뛰어노는 전원 풍경이 펼쳐졌다. 그 곳의 의과대학 건물이 우리가 진료를 하게 될 장소였다.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는 낯선 이 곳에서 내일부터 진료를 시작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통한다”

 

봉사는 통역 선생님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부하라에는 러시아어, 우즈벡어, 타지크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의료 현장에서는 짧은 단어 하나가 치료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 만큼, 통역의 역할은 단순한 전달을 넘어 어쩌면 진료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현지어를 정확한 한국어 표현이나 의학 용어로 옮기는 일은 까다로웠기에, 통역 선생님들은 챗GPT로 번역을 확인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disc herniation’이 ‘디스크 탈출’이 아닌 ‘탈장’으로 번역되는 작은 해프닝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현지의 언어적 다양성과 통역의 어려움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봉사 이틀째, 현지 고등학생 통역 단원과 함께 예진실에서 근무할 때였다. 옆자리의 통역 단원이 ‘뻣뻣하다’, ‘저리다’, ‘뭉친다’ 같은 표현을 환자에게 쉽게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 A4용지에 단어집을 정리하고 있었다.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그 진심 어린 노력이 인상 깊었다. 그 덕분에 봉사 현장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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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에는 진료소 내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초진과 재진 환자를 구분하고 예진실로 안내하는 일이었는데, 통역 선생님께서 다른 일로 잠시 자리를 비우신 지 불과 30분 만에 현장이 혼란스러워졌다. 초진과 재진 줄이 섞이고 번호표 배부가 엉키며 건물 앞이 순식간에 붐볐다. 모두가 우왕좌왕하던 그때, 함께 있던 일반 단원들과 손짓과 짧은 러시아어로 환자들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툰 발음으로 말을 건네며 웃어 보이자 대기하느라 지쳐있던 환자분들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잠시의 혼란이 지나고 질서가 회복된 그 순간, 그때의 장면은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문화의 차이를 이해한다는 것”

 

부하라의 진료 현장은 한국과 달랐다. 이슬람 문화권 특성상 남녀가 같은 공간에 앉지 않으려 하거나, 대기 줄에서도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빠른 진행에 방해가 되는 듯해 약간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곧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봉사의 기본임을 깨달았다. 그들은 우리가 가진 방식이 아닌 ‘자신들의 질서’를 지키며 살고 있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최대한의 배려로 다가가야 했다.

 

“진심으로 치료를 원했던 환자들”

 

진료 보조를 하며 느낀 것은 환자들의 ‘진심’이었다. MRI와 X-ray 사진, 수술 기록지, 복용 약 리스트를 꼼꼼히 챙겨오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분은 친척이 사줬다는 영양제를 들고 와 “이걸 먹어도 될까요?”라며 묻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도 치료에 진심이었지만, 환자분들의 치료 받고자 하는 마음은 그보다 더 간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가 단순한 봉사자가 아니라 그들의 ‘희망의 통로’로 여겨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짧은 봉사기간 동안 만난 환자 중에는 고혈압, 췌장염, 심장 질환, 천식 등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분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의료 환경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분들이 겪을 불편함을 떠올리자, 도움을 더 드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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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4일, 그러나 기억에 오래 남을 순간들”

 

4일 동안의 진료는 짧았지만, 밀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진료 보조, 예진, 복약 지도, 환자 안내 등 단원들이 맡았던 역할은 다양했고, 그만큼 매 순간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수 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진료가 끝난 뒤 웃음을 지으며 “내일도 오느냐”고 묻던 순간이 매일 같이 큰 위로가 되었다. 마지막 날 진료를 마치고 나가기 전, 진료원장님과 내 손을 차례로 잡으며 “감사합니다” 인사를 해 주시던 환자 분들의 따뜻한 손길과 말 한마디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처음에는 내가 직접 치료를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큰 감사를 받아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감사 인사를 하는 그 눈빛에서 우리가 나눈 것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마음의 교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 내게 한의대에 진학한 이유를 묻는다면 늘 ‘사람을 치료하고 싶어서’라고 답했지만, 솔직히 공부가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부하라 봉사는 처음으로 ‘한의학이 정말 재미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한의학을 배운다는 일이 단지 학문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끝으로 이번 봉사를 위해 애써주신 KOMSTA 사무국 선생님과 단장님, 늘 진심으로 진료해주신 원장님들, 그리고 함께 고생한 단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KOMSTA의 일원으로서, 국경과 언어를 넘어 한의학이 전할 수 있는 따뜻함을 계속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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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KOMSTA는 의료환경이 열악한 ODA 대상국 주민들을 위해 해외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파견국에서 학술교육 세미나, 임상교육 등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학을 알리고 교육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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