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차 몽골 파견 봉사를 다녀와서

평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고, 올해에는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하 KOMSTA)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 대상 한의약 진료 봉사에 종종 참여하곤 했다. 외국인 환자들과 한국 환자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점이 느껴졌지만, 단 몇 시간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직접 해외의료 현장을 대면해 의료취약계층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러한 갈증도 해소하고 한의학을 알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KOMSTA WKF 봉사단 166차 몽골 파견 봉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막상 다녀오니 뭔가를 나누고 알리겠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오히려 받은 것이 많은 한 주였다. 나와 다른 세상에서의 환자군에 대해 배우고 그 환경에서 한의학을 통해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새로운 한의사의 진로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환대와 감동이란 무엇인지 몸소 느꼈으며, 앞으로 살아갈 에너지까지 얻었다.
다른 환경과 언어문화, 다른 환자를 배우다
습하고 더운 게 인지상정인 우리나라 여름과 달리 몽골은 굉장히 건조한 가운데 햇살이 강했다. 습한 곳에 있다 건조해진 탓인지 팀원들은 너도나도 비염을 호소했고, 각자 몸 상태에 맞게 소청룡탕이나 형개연교탕 등을 복용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진료 보조로서 어깨 넘어 진료 현장을 보며 가장 신기했던 것은 몽골 사람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방식이었다. 허리가 아픈 것을 ‘신장이 아프다’고 표현하고, 우상복부가 아픈 것을 ‘간이 아프다’라고 표현하는 등 통증 부위를 장기의 위치로 표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콩팥과 간과 같은 장기 문제인 줄 알고 당황했는데 언어문화의 차이라는 걸 알게 되자 많은 것이 이해되고 진료가 수월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체격이 크기 때문에 더 길고 두꺼운 침을 이용해야 자극이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또 복부비만과 요추 전만, 슬관절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몽골의 음식이 기름지고, 야채보다는 고기를 더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그런 특성이 이해됐다.
새로운 진로에 대한 고민
한몽친선병원의 문성호 원장님은 KOICA 제도를 통해 몽골 울란바토르에 파견돼 7년째 이곳에서 한의사 생활을 하고 계신 분이다. 군복무 대체로 KOICA 국제협력이사를 지낸 것을 계기로 육체적으로는 힘들더라도 해외에서 한의학을 알리는데 보람을 느껴 이곳에 계신다고 했다. 정말 필요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당신의 존재 가치가 느껴지는 게 참 매력적이라고. 졸업을 앞두고 여러 가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길도 의료인으로서의 참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대란?
첫날 한몽친선병원에 도착하자, 문성호 원장님과 잠볼 자오 병원장님은 우리를 굉장히 반겨주시며 나흘간 기꺼이 병원을 내어주셨다. 마지막 날에는 고맙다며 다음엔 더 오래 더 많은 곳에 와달라고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장까지 주셨다. 당신들의 업장을 우리가 빌린 건데 어떻게 이렇게 환영해 줄 수 있을까 싶었다.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짜증 한번 부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기하시던 몽골 환자들. 팀원들이 병원에 도착하면 박수를 쳐주신다. 당신들은 한참을 기다려서 해봐야 10분 가량의 시간을 우리와 만날 텐데 박수가 나오다니. 덕분에 환대가 이런 것이라는 걸 배웠다.

감동이란?
한 학생은 낙마로 요통을 호소하며 내원했는데, 침 치료가 처음이라 진료 때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치료실에선 허리에 손만 대도 울면서 겁을 냈었다. 그나마 같은 성별에 어린 내가 덜 낯설 것이라 생각해서 사탕과 과자를 주며 달랬다. 그런데 다음날 웃으며 재진을 와서는 손을 흔들어주고, 세 번째 날엔 한국어를 공부해 와서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간 것이다. 그때 느꼈던 감동과 따뜻해지는 마음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기회에 대하여…
봉사 현장에 있으면 해야 할, 했어야 할 고민을 모두 접어두고 당장 눈 앞에 있는 환자들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한의사 원장님들은 실력과 진료 스타일이 있지만, 필자야말로 단순 노동 작업으로 누구로든 대체 가능한 한의대생인데, 이런 소중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진료보조인 필자가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곤 인사와 ‘침 놔드릴게요’, ‘끝났어요’를 몽골어로 말하고, 가끔 영어가 되는 환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해주는 것, 출혈이 있는 환자에게는 열심히 지혈해주는 정도. 하지만 그들이 준 마음 덕분에 이런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도 내가 한국을 대표하고 한의학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구나라는 점을 깨닫고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했던 것 같다.
살아갈 에너지를 얻다
이렇게 행복한 봉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건,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하면서도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이었던 팀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던 팀장님 덕분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경험을 제공하기까지 크고 작은 노력을 다하고 긴장을 놓치지 못했을 KOMSTA 직원분들도 대단하다고만 느껴졌다. 최근 삶의 의지가 저하돼 고민이 많았는데, 필자에게 부족한 면들을 장점으로 가진 팀원들과 함께하며 빈 곳들을 채울 수 있었다.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다. 첫 해외봉사를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없이 감사했다.
도움을 주고, 한의학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건 사실 거만한 다짐이었다. 누군가는 봉사에 참여하는 필자를 멋있다고 표현해줬고, 어떤 이는 뿌듯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받은 마음과 에너지가 더 큰데, 어떻게 보람차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선의가 선의로 받아들여지는 건 꽤나 운명같은 일이다. 살아가며 본분을 잊거나, 가진 것에 안주하게 되는 때가 생긴다면 이 봉사를 떠올리며 다잡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한다윤 학생
출처 : 한의신문(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54689&sfl=wr_subject||wr_content||wr_name&stx=KOMSTA)
제166차 몽골 파견 봉사를 다녀와서
평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고, 올해에는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하 KOMSTA)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 대상 한의약 진료 봉사에 종종 참여하곤 했다. 외국인 환자들과 한국 환자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점이 느껴졌지만, 단 몇 시간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직접 해외의료 현장을 대면해 의료취약계층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러한 갈증도 해소하고 한의학을 알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KOMSTA WKF 봉사단 166차 몽골 파견 봉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막상 다녀오니 뭔가를 나누고 알리겠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오히려 받은 것이 많은 한 주였다. 나와 다른 세상에서의 환자군에 대해 배우고 그 환경에서 한의학을 통해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새로운 한의사의 진로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환대와 감동이란 무엇인지 몸소 느꼈으며, 앞으로 살아갈 에너지까지 얻었다.
다른 환경과 언어문화, 다른 환자를 배우다
습하고 더운 게 인지상정인 우리나라 여름과 달리 몽골은 굉장히 건조한 가운데 햇살이 강했다. 습한 곳에 있다 건조해진 탓인지 팀원들은 너도나도 비염을 호소했고, 각자 몸 상태에 맞게 소청룡탕이나 형개연교탕 등을 복용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진료 보조로서 어깨 넘어 진료 현장을 보며 가장 신기했던 것은 몽골 사람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방식이었다. 허리가 아픈 것을 ‘신장이 아프다’고 표현하고, 우상복부가 아픈 것을 ‘간이 아프다’라고 표현하는 등 통증 부위를 장기의 위치로 표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콩팥과 간과 같은 장기 문제인 줄 알고 당황했는데 언어문화의 차이라는 걸 알게 되자 많은 것이 이해되고 진료가 수월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체격이 크기 때문에 더 길고 두꺼운 침을 이용해야 자극이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또 복부비만과 요추 전만, 슬관절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몽골의 음식이 기름지고, 야채보다는 고기를 더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그런 특성이 이해됐다.
새로운 진로에 대한 고민
한몽친선병원의 문성호 원장님은 KOICA 제도를 통해 몽골 울란바토르에 파견돼 7년째 이곳에서 한의사 생활을 하고 계신 분이다. 군복무 대체로 KOICA 국제협력이사를 지낸 것을 계기로 육체적으로는 힘들더라도 해외에서 한의학을 알리는데 보람을 느껴 이곳에 계신다고 했다. 정말 필요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당신의 존재 가치가 느껴지는 게 참 매력적이라고. 졸업을 앞두고 여러 가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길도 의료인으로서의 참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대란?
첫날 한몽친선병원에 도착하자, 문성호 원장님과 잠볼 자오 병원장님은 우리를 굉장히 반겨주시며 나흘간 기꺼이 병원을 내어주셨다. 마지막 날에는 고맙다며 다음엔 더 오래 더 많은 곳에 와달라고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장까지 주셨다. 당신들의 업장을 우리가 빌린 건데 어떻게 이렇게 환영해 줄 수 있을까 싶었다.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짜증 한번 부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기하시던 몽골 환자들. 팀원들이 병원에 도착하면 박수를 쳐주신다. 당신들은 한참을 기다려서 해봐야 10분 가량의 시간을 우리와 만날 텐데 박수가 나오다니. 덕분에 환대가 이런 것이라는 걸 배웠다.
감동이란?
한 학생은 낙마로 요통을 호소하며 내원했는데, 침 치료가 처음이라 진료 때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치료실에선 허리에 손만 대도 울면서 겁을 냈었다. 그나마 같은 성별에 어린 내가 덜 낯설 것이라 생각해서 사탕과 과자를 주며 달랬다. 그런데 다음날 웃으며 재진을 와서는 손을 흔들어주고, 세 번째 날엔 한국어를 공부해 와서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간 것이다. 그때 느꼈던 감동과 따뜻해지는 마음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기회에 대하여…
봉사 현장에 있으면 해야 할, 했어야 할 고민을 모두 접어두고 당장 눈 앞에 있는 환자들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한의사 원장님들은 실력과 진료 스타일이 있지만, 필자야말로 단순 노동 작업으로 누구로든 대체 가능한 한의대생인데, 이런 소중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진료보조인 필자가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곤 인사와 ‘침 놔드릴게요’, ‘끝났어요’를 몽골어로 말하고, 가끔 영어가 되는 환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해주는 것, 출혈이 있는 환자에게는 열심히 지혈해주는 정도. 하지만 그들이 준 마음 덕분에 이런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도 내가 한국을 대표하고 한의학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구나라는 점을 깨닫고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했던 것 같다.
살아갈 에너지를 얻다
이렇게 행복한 봉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건,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하면서도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이었던 팀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던 팀장님 덕분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경험을 제공하기까지 크고 작은 노력을 다하고 긴장을 놓치지 못했을 KOMSTA 직원분들도 대단하다고만 느껴졌다. 최근 삶의 의지가 저하돼 고민이 많았는데, 필자에게 부족한 면들을 장점으로 가진 팀원들과 함께하며 빈 곳들을 채울 수 있었다.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다. 첫 해외봉사를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없이 감사했다.
도움을 주고, 한의학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건 사실 거만한 다짐이었다. 누군가는 봉사에 참여하는 필자를 멋있다고 표현해줬고, 어떤 이는 뿌듯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받은 마음과 에너지가 더 큰데, 어떻게 보람차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선의가 선의로 받아들여지는 건 꽤나 운명같은 일이다. 살아가며 본분을 잊거나, 가진 것에 안주하게 되는 때가 생긴다면 이 봉사를 떠올리며 다잡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한다윤 학생
출처 : 한의신문(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54689&sfl=wr_subject||wr_content||wr_name&stx=KOM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