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운이 좋게도 제166차 KOMSTA 일반단원으로 선발돼 몽골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몽골에서의 1주일간 봉사가 끝날 때쯤에 봉사를 함께한 한의신문 기자님께서 ‘이번 봉사에서 느낀 점’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간단한 질문이었는 데도 선뜻 답을 하기가 어려워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보람찼다고 대답해야 하나? 아니, 이번 봉사는 보람찼다기보다는 상당히 즐거웠는데? 어? 나 봉사에 보람보다 즐거움을 느끼는 걸 보면 좀 봉사정신에 어긋나는 사람인 거 아냐? 그러고 보니까 나는 왜 봉사를 하는 거지?”
이런 복잡한 생각이 들 뿐, 봉사 소감에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가 봉사를 하는 이유와 내게 봉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는 20살 이후로 봉사를 꾸준하게 해왔다. 내가 한 첫 정기적인 봉사는 미혼모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집 바로 옆에 시설이 있어서 우연히 하게 된 봉사였는데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고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과정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첫 정기적인 봉사를 통해 봉사의 재미를 맛본 이후 대학병원의 약국조제실 보조 봉사와 한의 의료봉사와 같이 전공과 관련된 봉사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도배, 장판 교체를 해주는 집수리 봉사도 해오고 있다.
이렇게 봉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봉사는 재밌다. 봉사를 하면서 틀에 박힌 일상과는 다른 비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겁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봉사를 통해 다양한 삶과 생활을 만남으로써 내 세상의 외연이 넓어지는 느낌이 참 재밌다.
이번 몽골 의료봉사에 네 분의 한의사 원장님과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일곱 명의 일반단원이 함께했다. 한의사 원장님들은 네 분 다 진료 스타일이 굉장히 달랐다. 어떤 분은 경락 위주로 자침하셨고, 또 어떤 분은 진료시 사상체질을 적극적으로 쓰셨으며, 해부학적인 구조를 중심으로 접근하시는 분도 있으셨다. 고유한 진료 스타일을 확립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원장님마다 달랐기에 한의학과 인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원장님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다들 봉사에 귀중한 여름휴가를 쓰기로 결정한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쉽게 마음을 열고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봉사 장소인 한몽친선병원에서 만난 KOICA 글로벌 협력의료진 문성호 원장님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 문성호 원장님은 KOICA에 소속된 한의사로, 몽골에 파견돼 몇 년째 진료 중이라고 하셨다. 원장님께서는 몽골에서의 진료가 보람 있기에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하셨다.
보람... 맞다. 보람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다. 돈, 생활의 안락함 등 세속적인 기준으로 졸업 이후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내게 문성호 원장님의 말이 울림 있게 다가왔다. 봉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잘 쓰인 책을 읽을 때 느껴지곤 하는 진한 감명을 봉사하다 보면 빈번하게 느끼곤 한다. 그렇기에 봉사하는 시간이 내게는 상당히 귀하고 재밌을 따름이다.
또한 나 혼자 잘났다고 해서 잘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봉사할 때마다 느낀다. 한때 삶에 대한 깊은 허무가 나를 덮친 적이 있었다. 의미 없게만 느껴지는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중독적인 허무함의 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사람들을 만났다.
마침내 나는 사랑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사람이 나를 괴롭게 할 때가 있을지라도 결국은 사람이 보여주는 따뜻함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살아가게 한다. 특히나 봉사를 할 때 사람의 사랑스러움과 따스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봉사라는 게 대가성 물질로 환원되지 않기에 봉사를 통해서 더욱 사람의 본질에 가깝게 갈 수 있지 않나 싶다.
몽골의 전통의학은 한의학과 궤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내원한 몽골 환자의 대다수가 한의학의 진맥이나 침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한의학의 치료법이 그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치료법일 텐데도 불구하고 이방인인 의료인들을 믿고 기꺼이 몸을 맡기는 환자들과 본인을 믿고 연약한 몸을 맡긴 환자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진료하시는 원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사람이 서로를 신뢰함에서 나오는 사랑스러움이 몽골 의료 봉사지에 분명히 있었다.
내가 선한 인간이어서 혹은 ‘내가 받은 만큼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라는 정언 명령으로서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봉사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마음이 좋다. 봉사에 수반되는 행복감이라는 어찌 보면 이기적인 이유에 의해서 계속 봉사하는 것 같다. 내가 봉사를 한다고 말할 때 따라오는 대단하다는 반응이 유독 쑥스러운 이유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비록 내가 봉사를 하는 이유는 다소 불순할지 몰라도 앞으로도 봉사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소중히 하며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
봉사의 즐거움과 인연의 행복
▲이경헌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본과 1학년
이번 여름, 운이 좋게도 제166차 KOMSTA 일반단원으로 선발돼 몽골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몽골에서의 1주일간 봉사가 끝날 때쯤에 봉사를 함께한 한의신문 기자님께서 ‘이번 봉사에서 느낀 점’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간단한 질문이었는 데도 선뜻 답을 하기가 어려워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보람찼다고 대답해야 하나? 아니, 이번 봉사는 보람찼다기보다는 상당히 즐거웠는데? 어? 나 봉사에 보람보다 즐거움을 느끼는 걸 보면 좀 봉사정신에 어긋나는 사람인 거 아냐? 그러고 보니까 나는 왜 봉사를 하는 거지?”
이런 복잡한 생각이 들 뿐, 봉사 소감에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가 봉사를 하는 이유와 내게 봉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는 20살 이후로 봉사를 꾸준하게 해왔다. 내가 한 첫 정기적인 봉사는 미혼모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집 바로 옆에 시설이 있어서 우연히 하게 된 봉사였는데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고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과정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첫 정기적인 봉사를 통해 봉사의 재미를 맛본 이후 대학병원의 약국조제실 보조 봉사와 한의 의료봉사와 같이 전공과 관련된 봉사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도배, 장판 교체를 해주는 집수리 봉사도 해오고 있다.
이렇게 봉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봉사는 재밌다. 봉사를 하면서 틀에 박힌 일상과는 다른 비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겁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봉사를 통해 다양한 삶과 생활을 만남으로써 내 세상의 외연이 넓어지는 느낌이 참 재밌다.
이번 몽골 의료봉사에 네 분의 한의사 원장님과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일곱 명의 일반단원이 함께했다. 한의사 원장님들은 네 분 다 진료 스타일이 굉장히 달랐다. 어떤 분은 경락 위주로 자침하셨고, 또 어떤 분은 진료시 사상체질을 적극적으로 쓰셨으며, 해부학적인 구조를 중심으로 접근하시는 분도 있으셨다. 고유한 진료 스타일을 확립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원장님마다 달랐기에 한의학과 인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원장님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다들 봉사에 귀중한 여름휴가를 쓰기로 결정한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쉽게 마음을 열고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봉사 장소인 한몽친선병원에서 만난 KOICA 글로벌 협력의료진 문성호 원장님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 문성호 원장님은 KOICA에 소속된 한의사로, 몽골에 파견돼 몇 년째 진료 중이라고 하셨다. 원장님께서는 몽골에서의 진료가 보람 있기에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하셨다.
보람... 맞다. 보람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다. 돈, 생활의 안락함 등 세속적인 기준으로 졸업 이후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내게 문성호 원장님의 말이 울림 있게 다가왔다. 봉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잘 쓰인 책을 읽을 때 느껴지곤 하는 진한 감명을 봉사하다 보면 빈번하게 느끼곤 한다. 그렇기에 봉사하는 시간이 내게는 상당히 귀하고 재밌을 따름이다.
또한 나 혼자 잘났다고 해서 잘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봉사할 때마다 느낀다. 한때 삶에 대한 깊은 허무가 나를 덮친 적이 있었다. 의미 없게만 느껴지는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중독적인 허무함의 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사람들을 만났다.
마침내 나는 사랑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사람이 나를 괴롭게 할 때가 있을지라도 결국은 사람이 보여주는 따뜻함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살아가게 한다. 특히나 봉사를 할 때 사람의 사랑스러움과 따스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봉사라는 게 대가성 물질로 환원되지 않기에 봉사를 통해서 더욱 사람의 본질에 가깝게 갈 수 있지 않나 싶다.
몽골의 전통의학은 한의학과 궤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내원한 몽골 환자의 대다수가 한의학의 진맥이나 침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한의학의 치료법이 그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치료법일 텐데도 불구하고 이방인인 의료인들을 믿고 기꺼이 몸을 맡기는 환자들과 본인을 믿고 연약한 몸을 맡긴 환자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진료하시는 원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사람이 서로를 신뢰함에서 나오는 사랑스러움이 몽골 의료 봉사지에 분명히 있었다.
내가 선한 인간이어서 혹은 ‘내가 받은 만큼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라는 정언 명령으로서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봉사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마음이 좋다. 봉사에 수반되는 행복감이라는 어찌 보면 이기적인 이유에 의해서 계속 봉사하는 것 같다. 내가 봉사를 한다고 말할 때 따라오는 대단하다는 반응이 유독 쑥스러운 이유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비록 내가 봉사를 하는 이유는 다소 불순할지 몰라도 앞으로도 봉사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소중히 하며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 - 27 > 뉴스 | 한의신문 (akom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