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MSTA 제167차 우즈벡 타슈켄트 의료봉사에 다녀와서
유송 원장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KOMSTA)에서는 매년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KOICA의 WFK(World Friend Korea) 봉사단 사업을 수행하며, 매년 ODA대상국으로 5회 이상의 해외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이번 167차 봉사단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로 파견됐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첫 해외봉사
이번에 봉사에 지원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휴직이었다. 최근까지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쉬던 차에 봉사단원 모집글을 보게 되어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운좋게 선발된 것이다. 아마 많은 한의사들이 해외봉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짧아도 1주일을 비워야 하는 일정 문제로 쉽게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선발된 후 떠날 준비를 하며 첫 해외봉사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걱정도 적지 않았다. 우선 날씨에 대한 걱정이 컸다. 낮기온이 40도 가까이 올라간다는데, 해외봉사 경험이 없으니 진료소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두 번째로는 통역사가 함께 일을 한다는데 일상 용어가 아닌 의학용어의 통역이 얼마나 원활할지 걱정되었고, 세 번째로 침과 한약에 대한 현지인의 인지가 어느 정도인지도 걱정됐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은 침과 한약이 익숙하고, 대중매체 노출 등으로 인해 한의학의 효능을 잘 알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몸에 여러 개의 이물을 삽입하는 치료가 낯설어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출발 전 현지에서의 봉사 일정을 확인했을 때, 첫날 반 일과 둘째날 하루가 휴식 및 진료소 세팅인 것을 보고 준비 시간이 생각 외로 많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합리적인 준비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국은 인천공항에서 오전 10시경에 이뤄져 7시간 정도 비행 후 타슈켄트에 도착했는데, 한창 활동할 낮시간에 비행을 하며 졸다 보니 현지에 도착 직후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했다. 둘째날의 진료소 세팅이 무엇인지 사실 감을 못 잡았는데, 진료소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세팅하는 상당히 큰 일이었다.
화장실에 성별 안내문을 부착하고, 두서없이 흩어진 책상과 의자들을 적절하게 모아 진료소마다 배치하고, 한국에서 이삿짐 상자에 가져온 침과 약 등을 분배하고, 대기실과 진료소에도 안내문을 부착하고 환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진료소의 환경은 어떻게 보면 열악하기도 했고, 또 우즈베키스탄이 아직 부국(富國)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행스럽기도 한 정도였다.
타슈켄트 환자들의 특성
진료는 나흘간 진행됐고, 4일 차에는 오전 진료만 봤다. 처음에는 외국인 환자의 진료라는 점에서 ‘외국인’이라는 특성에 집중했다. 침 치료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한국인과 다른 신체적 특성이 있지 않을까 유념하며 치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환자’라는 특성에 오롯이 집중하게 되었다.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침 치료에 있어서의 신체 반응 및 치료율도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약에 대한 반응도 거의 같아 보였다.
첫 진료를 개시할 때는 이번 봉사단의 한의사가 남성 2인, 여성 2인이라는 점에 착안해 남녀 환자를 각각 나눠 전담하는 식으로 치료실을 구성했다. 하지만 겨우 오전 진료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도 여자 환자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빠른 판단으로 남성 1인이 남자 환자를 전담, 다른 남성 1인과 여성 2인 한의사가 여자를 보는 것으로 신속히 변경했다. 나는 남자 환자를 전담했고 4일의 진료 동안 약 220여 명의 환자를 보았는데 그 중 10명 정도만 여자였고 그 외는 모두 남자였다.
타슈켄트 남성의 외형적 특징은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다만 평균을 내면 한국 남성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상체가 비대한 경우도 많았다. 중년 남성으로 한정해서 봤을 때는 한국의 중년 남성과 마찬가지로 복부 비만이 많다는 특징도 있었다.
많이 호소하는 증상으로는 두통, 슬통, 수면장애, 변비 등이었다. 한국에서는 두통을 주소증으로 호소하는 남자 환자를 본 경험이 많지 않은데 의외로 두통 환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었지만 우즈베키스탄 남성의 사망원인 중 심혈관 질환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추하자면 혈압 관리가 거의 안 되고 탄수화물과 지방 위주의 식단을 하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혈압이 높게는 무려 200을 넘는 환자도 심심찮게 보였고, 수축기 혈압이 180을 오가는 남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매우 드물었다. 이것이 현지에서 의사를 만나기 힘들어서인지, 고혈압은 무증상이기 때문에 방치하는 현지인들의 경향이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환자와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경험으로는 후자로 추측한다.
봉사를 마치며…
4일간 진료를 하며 환자들은 점점 늘어났다. 3일째에는 총 299명의 환자를 보았으며, 4일째는 오전 진료만 했음에도 160명 가량의 환자를 보았다. 단원들은 매일 소감 발표 및 회의를 하며 개선점을 찾아 적용했고, 많은 환자가 오전에 몰렸음에도 모두의 노력으로 큰 사고없이 무사히 봉사를 마칠 수 있었다.
거의 최대로 효율을 발휘했을 때 하루에 80명 정도의 환자를 볼 수 있었는데, 하루에 재진 환자가 20∼30명 정도로 적지 않은 환자들이 연속해서 치료를 받길 희망했다. 치료를 하면서 틈틈이 반신욕이나 스트레칭, 낮시간 보호대 착용 등의 지도도 겸했는데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치료를 따라오는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개중 소수의 환자는 4일의 짧은 봉사기간 동안에 완치시켜 매우 뿌듯하기도 했다.
봉사기간 중 4명 정도의 환자가 치료 후 나가면서 나에게 할 얘기가 있다면서 통역을 불러 옆에 세우고 나를 정면으로 보면서 긴 기도를 해주기도 했는데 굳이 통역이 전해주지 않더라도 환자의 눈빛과 손짓, 자세를 통해 진심으로 나와 단원들을 축복해 주고 있다는 게 느껴져 감동에 전율이 일기도 했다.
물론 쉼없이 환자를 보며 힘든 시간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접수부터 발침까지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다함께 일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지의 직원들과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나는 현지어를 모르고 기도를 할 줄 모르기에 환자에게도, 단원에게도 그러한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있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한다.
유송 원장
출처 : 한의신문(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54838&sfl=wr_subject||wr_content||wr_name&stx=komsta)
KOMSTA 제167차 우즈벡 타슈켄트 의료봉사에 다녀와서
유송 원장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KOMSTA)에서는 매년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KOICA의 WFK(World Friend Korea) 봉사단 사업을 수행하며, 매년 ODA대상국으로 5회 이상의 해외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이번 167차 봉사단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로 파견됐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첫 해외봉사
이번에 봉사에 지원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휴직이었다. 최근까지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쉬던 차에 봉사단원 모집글을 보게 되어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운좋게 선발된 것이다. 아마 많은 한의사들이 해외봉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짧아도 1주일을 비워야 하는 일정 문제로 쉽게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선발된 후 떠날 준비를 하며 첫 해외봉사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걱정도 적지 않았다. 우선 날씨에 대한 걱정이 컸다. 낮기온이 40도 가까이 올라간다는데, 해외봉사 경험이 없으니 진료소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두 번째로는 통역사가 함께 일을 한다는데 일상 용어가 아닌 의학용어의 통역이 얼마나 원활할지 걱정되었고, 세 번째로 침과 한약에 대한 현지인의 인지가 어느 정도인지도 걱정됐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은 침과 한약이 익숙하고, 대중매체 노출 등으로 인해 한의학의 효능을 잘 알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몸에 여러 개의 이물을 삽입하는 치료가 낯설어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출발 전 현지에서의 봉사 일정을 확인했을 때, 첫날 반 일과 둘째날 하루가 휴식 및 진료소 세팅인 것을 보고 준비 시간이 생각 외로 많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합리적인 준비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국은 인천공항에서 오전 10시경에 이뤄져 7시간 정도 비행 후 타슈켄트에 도착했는데, 한창 활동할 낮시간에 비행을 하며 졸다 보니 현지에 도착 직후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했다. 둘째날의 진료소 세팅이 무엇인지 사실 감을 못 잡았는데, 진료소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세팅하는 상당히 큰 일이었다.
화장실에 성별 안내문을 부착하고, 두서없이 흩어진 책상과 의자들을 적절하게 모아 진료소마다 배치하고, 한국에서 이삿짐 상자에 가져온 침과 약 등을 분배하고, 대기실과 진료소에도 안내문을 부착하고 환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진료소의 환경은 어떻게 보면 열악하기도 했고, 또 우즈베키스탄이 아직 부국(富國)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행스럽기도 한 정도였다.
타슈켄트 환자들의 특성
진료는 나흘간 진행됐고, 4일 차에는 오전 진료만 봤다. 처음에는 외국인 환자의 진료라는 점에서 ‘외국인’이라는 특성에 집중했다. 침 치료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한국인과 다른 신체적 특성이 있지 않을까 유념하며 치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환자’라는 특성에 오롯이 집중하게 되었다.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침 치료에 있어서의 신체 반응 및 치료율도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약에 대한 반응도 거의 같아 보였다.
첫 진료를 개시할 때는 이번 봉사단의 한의사가 남성 2인, 여성 2인이라는 점에 착안해 남녀 환자를 각각 나눠 전담하는 식으로 치료실을 구성했다. 하지만 겨우 오전 진료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도 여자 환자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빠른 판단으로 남성 1인이 남자 환자를 전담, 다른 남성 1인과 여성 2인 한의사가 여자를 보는 것으로 신속히 변경했다. 나는 남자 환자를 전담했고 4일의 진료 동안 약 220여 명의 환자를 보았는데 그 중 10명 정도만 여자였고 그 외는 모두 남자였다.
타슈켄트 남성의 외형적 특징은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다만 평균을 내면 한국 남성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상체가 비대한 경우도 많았다. 중년 남성으로 한정해서 봤을 때는 한국의 중년 남성과 마찬가지로 복부 비만이 많다는 특징도 있었다.
많이 호소하는 증상으로는 두통, 슬통, 수면장애, 변비 등이었다. 한국에서는 두통을 주소증으로 호소하는 남자 환자를 본 경험이 많지 않은데 의외로 두통 환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었지만 우즈베키스탄 남성의 사망원인 중 심혈관 질환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추하자면 혈압 관리가 거의 안 되고 탄수화물과 지방 위주의 식단을 하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혈압이 높게는 무려 200을 넘는 환자도 심심찮게 보였고, 수축기 혈압이 180을 오가는 남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매우 드물었다. 이것이 현지에서 의사를 만나기 힘들어서인지, 고혈압은 무증상이기 때문에 방치하는 현지인들의 경향이 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환자와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경험으로는 후자로 추측한다.
봉사를 마치며…
4일간 진료를 하며 환자들은 점점 늘어났다. 3일째에는 총 299명의 환자를 보았으며, 4일째는 오전 진료만 했음에도 160명 가량의 환자를 보았다. 단원들은 매일 소감 발표 및 회의를 하며 개선점을 찾아 적용했고, 많은 환자가 오전에 몰렸음에도 모두의 노력으로 큰 사고없이 무사히 봉사를 마칠 수 있었다.
거의 최대로 효율을 발휘했을 때 하루에 80명 정도의 환자를 볼 수 있었는데, 하루에 재진 환자가 20∼30명 정도로 적지 않은 환자들이 연속해서 치료를 받길 희망했다. 치료를 하면서 틈틈이 반신욕이나 스트레칭, 낮시간 보호대 착용 등의 지도도 겸했는데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치료를 따라오는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개중 소수의 환자는 4일의 짧은 봉사기간 동안에 완치시켜 매우 뿌듯하기도 했다.
봉사기간 중 4명 정도의 환자가 치료 후 나가면서 나에게 할 얘기가 있다면서 통역을 불러 옆에 세우고 나를 정면으로 보면서 긴 기도를 해주기도 했는데 굳이 통역이 전해주지 않더라도 환자의 눈빛과 손짓, 자세를 통해 진심으로 나와 단원들을 축복해 주고 있다는 게 느껴져 감동에 전율이 일기도 했다.
물론 쉼없이 환자를 보며 힘든 시간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접수부터 발침까지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다함께 일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지의 직원들과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나는 현지어를 모르고 기도를 할 줄 모르기에 환자에게도, 단원에게도 그러한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있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한다.
유송 원장
출처 : 한의신문(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54838&sfl=wr_subject||wr_content||wr_name&stx=kom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