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기고] 우즈벡 해외의료봉사에 다녀와서…

KOMSTA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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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서 자긍심,한의학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시간
“의료봉사단은 하나의 팀이 됐고, 환자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한의신문 기자 등록 2019.12.26 15:14

김태희 한의사


월드프렌즈코리아-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이하 WFK-KOMSTA)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우즈베키스탄 누크스 지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수도인 타슈켄트를 거쳐 누크스 지역까지 가게 된 스토리와 WFK-KOMSTA 한의사 단원으로서 이번 봉사에 참여한 소회를 풀어보고자 한다.


우연찮게 마주한 우즈베키스탄 

이번 봉사단은 원래 미얀마로 파견될 예정이었다. KOMSTA 측에서 미얀마 단기봉사 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급작스럽게 KOICA에서 의료봉사 요청이 이루어졌다. 우즈베키스탄의 누크스 지역에 IMKON 이라는 장애아동재활병원이 설립되었는데, 한국 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많은 부분 후원해서 지어준 건물이었다. 

워낙 시설이 잘돼 있어 일본의 JICA에서 본 기관과 협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KOICA에서 KOMSTA에 의료봉사 요청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WFK-KOMSTA 의료봉사는 IMKON이 일본의 JICA와 협력하려는 시도를 일축하고 대한민국의 지원을 굳건히 하며, 현지 장애아동의 건강을 돌보는데 일조하는 목적을 갖고 파견되었다. 

상황들을 알게 된 후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기에, 막중한 임무를 맡은 파병부대의 느낌으로 출발했다.


조금 특별한 봉사, A-team이 되다

봉사단은 다섯 명의 한의사, 네 명의 일반봉사자 그리고 사무국 직원 한 명으로 구성됐다. 허영진 단장님, 김영삼 진료부장님, 박종웅 이사님, 이다인 원장님 그리고 본인으로 진료실 1에서 5까지 맡았으며, 김정란 실장님과 한의대생 허원상, 김솔이, 임남현 학우는 예진 및 진료실 서브, 촬영 등을 도맡아 주었다. KOMSTA 전진 대리님은 행정업무 및 현지 교류활동을 진행했다.

우리가 만나게 될 환자군은 조금 특별했다. 일반 성인 환자가 아닌 장애아동을 보는 의료봉사였기 때문에 진료부도 조금 특별한 준비과정을 가졌다. 장애아동을 진료하고 계시는 허영진 단장님께서 ‘서울시한의사회 특수교육대상자 치료지원사업설명회’를 기존 일정보다 앞당겨 준비해줬다. 

임상 한의사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뇌성마비, 인지장애 아동들에 대한 총론을 소개하면서 누크스로 파견되는 진료부 한의사들도 같이 참여해 교육받는 시간을 가졌다. 발달장애아동의 치료는 인지(눈맞춤), 언어(분절음), 수족 기능에 따른 유형 분류와 그 증상의 경중 및 환아의 연령 등에 근거해 치료법과 접근법을 달리한다는 내용을 강조하시면서, 파견되기 전 공항에서부터 현지에 도착해서까지도 단원들은 한데모여 침치료 및 수기치료법에 대해 공유했다. 

장애아동의 예진 내용도 일반 성인 환자와 포인트가 달랐기 때문에, 진료 시작 전 회의를 통해 원래 사용하는 차트 뒷면에 새로운 예진 내용을 재빨리 요약하고 번역했다. 10명의 소규모 인원으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일들을 해내는 팀워크는 놀라웠다. “우리, 정말 A-team인 것 같아요!”


발달장애, 뇌성마비 아이들을 만나다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도착한 뒤, 국내선을 타고 다시 카라칼팍스탄 공화국의 누크스 지역으로 이동했다. 

6개월 전 설립된 IMKON은 장애를 가진 소아를 위한 특수 시설로 만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장애아를 위한 유치원과 만 16세까지 진료받을 수 있는 아동병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0개의 그룹은 6그룹의 운동기 장애(뇌성마비 척수마비 등)아동들과 4그룹의 청력장애, 인지장애 아동들로 구성돼 있었다. 

운동기 장애 아동들은 아킬레스건이 지나치게 수축되어 있으면서, 발바닥이 볼록한 모양으로 정상 보행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은 덕에 혼자 서기가 되지 않았던 아이들은 혼자 무언가를 잡고 서거나, 한 손 잡고 보행이 되는 친구들은 손을 놓고도 스스로 천천히 보행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인지장애, 청력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각자마다 증상의 경중이 달랐으며, 부모가 호소하는 주증상도 다양했다. 우리는 3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아이들 각각에 필요한 혈자리에 침 치료를 하면서, 배수혈 추나, 약 처방 및 집에서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해 티칭했다.

16일에는 현지 병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단장님께서 장애아동 한의학치료를 강의하셨다. 현지 의사들은 침, 약침, 추나 등 우리가 쓰는 도구들에 대한 상당한 관심을 보였으며, 한의학 치료에 관한 질문도 많았다.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본격적인 진료를 했으며, 센터 내부 아동을 중심으로 보면서 외래 환아도 같이 진료했다. 3일간 초진으로 232명의 소아를 봤고, 총 3일간 308명의 아이들을 치료했다. 객관적인 환자 수는 다른 의료봉사활동 때와 비교하여 많이 적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아동 진료의 특성상 초진 상담 시 부모에게 설명하는 한의학적 병인, 병기 및 예후 그리고 소아에게는 쉽지 않은 침 치료 등으로 인해 한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길었다. 

단원들은 단순히 많은 수의 환자들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에 모두 동의했고, 각자 최선을 다해서 깊이 있게 진료하는 방식을 택했다. 진심이 통해서일까, 우리의 우려와는 다르게 아이들도 치료를 잘 받아줬으며 환아 부모님들과 옆에서 참관하던 현지 병원 의사선생님들 모두 한의학 치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에서도 단원들은 모두 활동복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흠뻑 흘렸다. 병원 측과 아이들의 부모님들 모두, 감사하게도 재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 그리고 Rasul

할머니와 같이 온 12살 남자아이 Rasul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의 첫 환자였으며, 3일 동안 꾸준히 제일 일찍 와서 치료받은 친구였다. 인지와 언어 모두 정상이지만, 편마비로 인해 자가 보행의 모습이 조금 불안했다. 서로 말이 통하진 않지만, 치료 초반엔 Rasul에게서 두려운 눈빛을 보았다. 통역가를 통해 아이 자신에게 손터치에 대한 허락을 맡고, 침치료를 내 몸의 똑같은 부위에 먼저 보여준 뒤, 아이에게 똑같이 하였다. Rasul은 다음 날 재진으로 왔을 때, 먼저 머리와 손을 내밀어줬다. 더 이상 불안한 눈빛은 보이지 않았으며 밝게 웃고 통역가에게 내가 어디서 왔는지, 계속 볼 수 있는지를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진료실에서 만났던 아이들은 모두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촛불이 횃불로 커질 때까지

첫 해외봉사는 봉사하는 삶의 감사함, 한의사로서 자긍심, 한의학에 대한 확신을 생각하게 했다. 특히 장애아동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 것과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마지막 날 진료가 끝난 뒤, 10명의 단원들 모두 우리가 보았던 아이들이 몇 개월 뒤, 몇 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나아진 상태가 되길 소망했다.

아이들의 현재 상태는 촛불과 같았다. 발달 속도가 느리고 성장도 멈춰있다. 부모와 의사가 지치지 않고 몇 년을 바라보고 꾸준히 도와주면서 아이들의 성장이 뒷받침해준다면, 횃불로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IMKON과의 교류도 이번 의료봉사가 꺼져있던 불을 지폈다고 생각한다. 불씨가 타오르기 위해서는 연료도 필요하고, 부채질이 계속 필요하다. 양국이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 정기적으로 1년에 2~3회 파견을 통해 막 켜진 촛불이 횃불로 커지길 소망한다. 

의료봉사활동이 모두 끝난 뒤 현지 병원 관계자 및 교육부, 보건부와의 만찬행사를 할 즈음 서울에서는 우즈베키스탄 보건부 관계자들이 대한한의사협회를 방문하여 약침 제조시설(AJ탕전)을 견학하고 교류하는 시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소식을 듣고 우리의 교류가 현재 진행형이며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아이들의 발달과 우리의 교류가 모두 횃불이 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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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 기자

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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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스타는 의료환경이 열악한 ODA 대상국 주민들을 위해 해외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진행되는 학술교류 세미나를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학을 알리고 교육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