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우리 한의학 수준 독보적···안전·유효성 알리기 힘써야"

콤스타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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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의학 수준 독보적 … 안전·유효성 알리기 힘써야”

학의학계 리더 좌담-한의학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김갑성 대한한의학회장, 곽숙영 복지부 한약정책관,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학장(왼쪽부터)이 한의학의 신뢰 회복과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미러클(miracle, 기적 같은 일)!” 한의학을 체험한 외국인의 반응이다. 국제적으론 한의학이 높이 평가되지만 우리 국민의 한방 이용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재 의료서비스 중 한의학의 비중은 약 4%에 그친다. 그렇다고 한의학에 대한 체감온도가 식은 건 아니다. 올 초 통계청이 발표한 의료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 한방 의료기관이 양방·치과 의료기관을 제치고 5회 연속 만족 1위를 차지했다. 81.9%는 만족을, 71.5%는 신뢰를 표했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3일 한의계의 리더인 4명이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대한한의학회 김갑성 회장, 경희대 한의대 김남일 학장, 대한한의사협회 김정곤 회장, 보건복지부 곽숙영 한의약정책관이다. 김남일 학장이 좌장을 맡아 한의학의 미래와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한의학의 핵심 가치를 찾고, 국민의 사랑을 회복할 해법을 제시했다.



한의학 신뢰 회복 위해 홍보 노력 절실


-김남일: 허심탄회하게 한의학의 현실을 짚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논의하자. 우선 한의학에 대한 국민의 왜곡된 시각을 살펴보자. 한약을 먹으면 간이 손상된다는 등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한의학을 멀리하는 것 같다.


 -김정곤: 한의학 홍보가 부족했다. 정부도 제도적으로 한의학을 등한시했다. 양방의 한의학 왜곡도 이를 부추겼다. 병원에서 수술 전후 한약을 먹지 말라고 한다거나 간이 나쁜 환자에게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고 한약을 먹었느냐고 묻는다. 학자들은 역사적 근거가 300년이 넘으면 과학적 근거보다 가치 있다고 판단한다. 수천 년 우리 민족에게 사용된 한약의 인체 유해성은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다. 앞으로 한의학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곽숙영: 정부도 공감한다. 그래서 지난 4월부터 의약품용 한약재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수검사를 받은 규격한약품을 제조업소에서만 유통하게 했다.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 한의계도 비규격 한약품이 파고들지 않도록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김남일: 한의학이 과학화·객관화되지 못한 것도 이런 논란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 같다. 이 분야는 대한한의학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갑성: 모든 약은 간에 부담을 준다. 천연성분의 한약보다 화학성분의 의약품이 더 그럴 수 있다. 한의학을 근거 중심의 이론에 맞춰 결론을 얻기는 어렵다. 한의학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침·한약·물리치료 등 한의학의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에선 다양한 연구가 진행·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김정곤: 이율배반적인 제도도 문제다. 한의학을 객관화·과학화하라고 요구하면서 한의사에겐 초음파·X선 같은 진단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묶어놓고 있다. 어군을 탐색할 때도, 공항 검색대에서도 초음파나 X선 등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데 한의사만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한다. 한복 만들 때 재봉틀을 쓰지 말고 손바느질해야 한다는 논리다.

‘코리아 메디신’으로 세계화 박차

-김남일: 한의학은 인체친화적이다. 통합의료와 같이 세계 의료의 흐름도 인본주의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우리 전통의학 속에 곧 세계화가 있다.

 -김정곤: 허준·대장금(TV 드라마) 등 문화 콘텐트를 통해 한의학이 붐업됐다. 한의학을 체험한 외국인의 반응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이 세계 각국에서 펼친 활동이 110회를 맞았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남아메리카까지 간다. 한방에 대한 관심이 굉장하다. 중동·칠레에서는 관련 대학을 세우고 싶다고 요청할 정도다. 한의사협회는 올해부터 한의학의 영문 명칭을 ‘코리안 메디신(Korean Medicine)’으로 정했다.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서비스가 한방이다. 정부도 세계 오피니언 리더를 초청해 한의학을 경험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다.

 -곽숙영: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체계 개정에 한의학 병명을 포함하는 프로젝트다. 2014년 개정 내용이 최종 결정된다. 여기에 한의학이 포함되면 전통의약 분야에서 중국 중심의 표준화와 독점화를 막을 수 있다.

 -김남일: 한의학을 세계에 알리면 대안의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한의학의 국제화를 위해 한의대도 뛰고 있다.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외국어 잘하는 학생을 선발한다. 최근엔 외국 학자와 토론의 기회를 갖고 논문도 같이 낸다. 세계화를 어떻게 연계하느냐가 관건이다.

 -김갑성: 한의학은 개발할 여지가 무궁무진하고, 인적 자원이 우수하다. 학문의 스펙트럼이 넓어 한의사가 진출할 분야가 더 많아지고 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한의학의 성장 잠재력을 꺼낼 수 있다.

한의학의 산업화는 국가 성장동력

-김남일: 한방의 산업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방 의료기기, 의약품 시장은 영세하다. 한의학을 키우려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고, 한의학이 전체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로 작은 것도 이유인 것 같다.

 -김정곤: 한방 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해외는 다르다. 중국 베이징 동인당제약과 일본 쓰무라제약은 전통의약품으로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린다. 우리나라 한약 제제화 기술은 일본·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천연재료를 사용한 한약은 만성질환자의 증상 관리에 효과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고령사회 국가에선 전통의학을 적용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김갑성: 한방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개선돼야 한다. 온·냉열 기능이 있는 다기능 패드의 임상시험을 위해 보건산업진흥원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첫 질문이 “이것을 왜 한의사가 연구하느냐”였다. 한의학으로 치료가 잘 되는 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방의 건강보험 혜택을 늘려 관련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김정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 전통의학시장 규모가 2008년 2000억 달러에서 2050년 5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 2005년 세계 IT시장 규모를 추월했다. 세계 전통의학 중 교육·임상·연구를 모두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한의학을 키우면 삼성전자 이상의 매출도 가능하다.

 -곽숙영: 한방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건 규격화·표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는 희망적이다. 우수 인력이 많고, 한의학을 연구하는 전문 임상시험센터가 생겼다. 한국한의학연구원도 대규모 연구를 시작해 굵직한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간친화적인 한의학의 장점을 살려 한의학이 부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정리=황운하 기자


말말말

▶“일본은 80개 의대가 있다. 이 중 79곳에서 한의학을 가르친다. 평균 교육시간이 520시간이다. 특히 일본 의사의 89%가 한약을 처방한다. 일본 의사에게 한국 양의사는 한약으로 간이 나빠지는 것처럼 주장한다고 말했더니 ‘천연물을 위험하다고 말하면 화합합성물로 만든 의약품은 얼마나 위험하겠느냐. 아마 본인들이 쓰지 못해서 위험하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

 ▶“김남수씨가 유명세를 탔는데 학문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무 내용이 없다. 매스컴에서 만든 인물이다. 돌팔이지만 환자를 몇 십 년간 봤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을 수는 있다.”(김갑성 대한한의학회장)

 ▶“한의학의 의미를 모두 서양의학으로 설명해야 한다면 한의학의 진정한 가치가 약화될 수 있다. 근본적인 한의학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곽숙영 복지부 한의약정책관)

 ▶“한의학을 흥행시킬 수 있는 스타 한의사의 양성이 필요하다”(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학장)

 ▶“한의대 교육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쉽게 표현하면 허준 선생보다 김갑성 대한한의학회장이 100배 낫다. 너무 낮게 잡았나. 하하하.”(김정곤)

 ▶“한때 한의학이면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다는 한의학 심미주의에 빠졌었다. 하지만 30여 년 한의사 생활을 해보니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더 많다고 느꼈다. 환자 10명 중 3명만 치료해도 명의라는 평가를 받는다.”(김갑성)

 ▶“양의학은 환자의 증상이 진단 기준에 들어오지 않으면 치료 안 한다. 하지만 한의학은 어떻게든 치료하려 한다. 환자들이 한의사가 인간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김남일)


한의계 10대 현안

01 한방건강보험 급여 확대 및 보장성 강화

-선택적 첩약 건강보험 제도 도입(65세 이상)
-한방물리요법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검강보험 비급여 대상 한약(첩약) 조제 시 진찰료·검사료 산정 불가 개선

02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선택의원제 제도에 한방의료기관 포함

03 한방으로 난임 치료 성공 시 국가가 치료비 지원하는 성공불(成功拂) 제도 도입

04 한의사가 현대적 진단·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의약육성법 개정에 따른 제도 개선

05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조99억원 투자하는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 추진

06 한약재의 규격품 사용으로 한약 안전성 제고

07 한약제제(천연물의약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08 한의사의 의료기사(방사선사 등) 지도권 부여

09 한방진료의 공공의료 활성화

10 무자격자의 한방 의료행위 척결

(자료: 대한한의사협회)

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KOMSTA는 의료환경이 열악한 ODA 대상국 주민들을 위해 해외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파견국에서 학술교육 세미나, 임상교육 등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학을 알리고 교육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