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시간, 봉사로 얻은 디톡스 순간들”

콤스타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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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TA 제 173차 베트남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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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대학교 본과 4학년 강현우


봉사는 마음 디톡스


2024년 1학기, 6년 간의 긴 한의대 여정에서 마지막 방학이자 인생에서의 마지막 방학을 앞두고 있었다. 2023년 본과 3학년 여름방학 때 잼버리 한의진료센터에서 봉사하며 한의학에 대해 생소한 외국인을 상대로 한의학의 뛰어난 치료효과를 알리고 치료를 잘 받은 외국인들이 신기해하며 건네는 감사 인사를 받은 순간들이 너무 보람차고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았기 때문에 한의사가 되기 전 콤스타 해외봉사를 꼭 가고 싶었다. 한의사가 되면 봉사 기간만큼의 시간을 내기 어려울지도 모를 일이고, 떡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학생 때 가봐야 한의사가 되어서도 봉사를 신청할 때 마음의 부담이 덜할 것이라 생각하여 2024년에도 지원서를 쓰고 전송을 눌렀다.


본과 4학년 1학기를 지나며 졸업 후 앞날에 대한 걱정, 인간관계와 물질적인 고민들로 인해 한참 지쳐있었다. 평소 했던 생각은 대충 이러했다. 여유 시간이 생겼는데 누구랑 만나야 즐거울까? 영화를 볼 건데, 어떤 영화를 봐야 아깝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고 느낄까? 언제부터 언제까지 시간이 남는데 어디로 여행을 떠나야 방학이 아깝지 않을까? 등등 그다지 대단한 고민들은 아니지만 황금 같은 마지막 방학을 지나며 시간을 아주아주 잘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출발한 고민들이었기 때문에 그것들에 짓눌려 오히려 방학을 소모하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출국 직전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밟으며 봉사 신청을 약간 후회하기까지 했다. 마지막 방학의 일주일을 자유롭게 보내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짧은 후회는 봉사 첫날에 순식간에 녹아 없어졌다. 봉사 첫날, 하루 종일 일어서서 원장님 진료 보조를 했다. 오바스러운 사명감 대신 그저 ‘폐 끼치지 말자, 놀러 온 거 아니고 봉사하러 온 거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보조했다.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다리도 아프고 첫날이라 긴장해서 더욱 피곤했다. 하루종일 한국에서 했던 모든 고민들을 치워두고 그저 열심히 봉사하다 보니 저녁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봉사를 마감하면서 다음 날 배정된 업무를 듣고 인수인계를 주고받았다. 봉사 기간 중 완전히 새로운 인간관계,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업무에 던져져 다른 생각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었다. 혼란했던 마음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치료를 모두 받고 감사 인사를 하며 떠나는 환자들에게 오히려 감사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 순간에 봉사를 할 수 있고, 그것이 분명히 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으니까. 대단한 사명감도 없이 그저 대가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봉사를 했을 뿐인데, 환자분들이 건네준 진심 어린 감사 인사는 내가 노력한 것에 비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산뜻하면서도 엄숙한 감동을 받았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그 감동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자 온갖 세속적인 것들의 온상인 휴대전화를 최대한 깨우지 않았다. 그저 독서를 하며 그날의 감동을 되새김질했다. 마지막 날까지 똑같은 마음으로 봉사를 계속했다. 베트남에서의 날들이 지날수록 마음은 더욱 가벼워지고 엄숙한 감동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시시콜콜한 상념들은 역시 계속해서 쌓이며 나를 괴롭히려 했다. 하지만 그 무겁고 엄숙한 봉사의 감동이 그것들을 아래로 씻어내리며 마음을 청소했다. 나에게 이번 봉사는 마음 디톡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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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기록은 기억에 앞서고 경험은 기록에 앞선다. 어떤 일을 한 뒤에 기억만 해서는 그 경험을 믿을 수 없다. 기억은 금방 희미해질 뿐 아니라 쉽게 왜곡되고 조작된다. 그 기억을 글이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도구의 도움을 받아 바깥으로 꺼내는 과정에서 머리와 가슴에 흔적이 남는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록물을 전시할 때 그 흔적은 더 선명해진다고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시하는 만큼 적당한 부담감을 안고 기록물의 퀄리티를 올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경험의 해상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기록하고 그것을 전시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자 영광스러운 일이자, 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선뜻 영상 기록 역할을 맡겠다고 나섰다. (지금 이 기고문을 쓰는 이유도 영상 기록 역할을 맡겠다고 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이번 베트남 봉사단에서 영상 기록 역할을 맡아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찍고 다니며 영상 기록 역할을 맡았음에 감사한다. 단순히 봉사만 하는 것을 넘어 영상 기록을 책임지며 모두의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애썼다. 빨리 편집해서 함께했던 단원분들께 보여주어 그날의 감동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콤스타를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도 전시하여 해외에서 활약하는 자랑스러운 한의학을 보여줌과 동시에 콤스타가 이렇게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173차 베트남 WFK에서 함께했던 모든 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TMI도 많고 미사여구도 많았던 약간 일기장 같은 글을 읽어준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치겠습니다.




강현우 학생

출처 : 한의신문(https://www.akomnews.com)

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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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TA는 의료환경이 열악한 ODA 대상국 주민들을 위해 해외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파견국에서 학술교육 세미나, 임상교육 등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학을 알리고 교육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