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지금은 좀 괜찮아지셨나요?”

콤스타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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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TA 제169차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원유미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4학년

 

대학 생활 내내 해외봉사활동은 나의 로망이었다. 더군다나 평소 학생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에 KOMSTA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 교육봉사활동 모집에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좋은 기회를 통해 추석 연휴에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로 봉사활동을 다녀올 수 있었다.

페르가나는 직항 비행편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인천에서 타슈켄트로 이동한 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페르가나에 가게 됐다. 따라서 타슈켄트와 페르가나 두 도시에서 의료·교육봉사 활동을 했다.

전 세계에 알려지는 한의학

타슈켄트 메디컬 아카데미, 페르가나 국립의과대학, 타슈켄트 소아병원에서 의대 학생 및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한국 한의학 임상교육이 진행됐다.

강의는 크게 파킨슨병, 장애아동 치료 및 관리, 척추 근골격계 질환의 도침, 진단과 치료를 함께 하는 침 치료법 등의 주제를 가지고 이론과 실습으로 이뤄졌다. 강의는 질의응답을 통해 소통하고 직접 침 치료를 시연해 효과를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돼 학생들이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나는 강의 보조를 도와드리고 사진 및 동영상을 찍는 업무를 맡았는데, 원장님께서 치료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덩달아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내게 강의 관련 자료 공유를 요청하는 교수님도 계셨고, 어떻게 하면 한의학을 더 심도있게 배울 수 있는지 묻는 학생들도 있는 등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머나먼 우즈베키스탄 땅에 한의학이 알려진다는 게 뿌듯했고 한국 한의학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는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대학교 강의가 없기에 페르가나 지역 종합병원과 아리랑병원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내원한 환자의 대부분이 요추디스크로 인한 다리 저림, 경추디스크로 인한 팔 저림을 호소했고 안면마비나 무릎 통증, 사경 환자도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침 치료나 사혈 부항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달리 이미 몸에 부항 자국이 선명한 환자도 많았고 다들 침 치료에 호의적이었다.

근골격 환자는 손영훈 원장님이 도침으로 치료해 주셨는데 아무래도 일반 침보다 자극량이 많다 보니 치료 중 환자들의 신음소리와 곡소리가 많이 들렸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치료가 끝남과 동시에 표정이 밝아진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장애아동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하게 되다

진료 첫날 병원 복도에서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의자에 앉아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낯선 환경에 겁이 나는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진료를 기다리는 모습에 마음이 쓰였었다.

병원에 방문한 장애아동들의 대다수는 발달장애 아동이었는데 보호자분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성장이 더딘 자녀가 언제쯤 괜찮아질지, 나아질 수는 있는지 등 궁금한 점들이 아주 많으셨다.

허영진 원장님께서는 이러한 궁금증들에 답을 해주시고, 아이를 달래가며 치료를 진행함과 동시에 보호자분들께 집에서 할 수 있는 마사지 등을 가르쳐 주셨다. 이러한 정성과 관심이 아이들에게 닿아서일까, 진료 마지막 날의 분위기는 첫날과 사뭇 달랐다. 원장님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눈물을 펑펑 쏟고간 아이도 있었고, 본인도 의사가 되겠다는 하는 아이도 있었다. 모든 장애아동이 꾸준한 치료를 통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고 본인들이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던 값진 시간들

 

누군가가 나에게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한의사의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난 대답을 한 적이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침을 잘 놓고 약을 잘 쓰는 한의사가 되어야지’가 나의 진부한 대답이었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봉사활동 기간 동안 많은 어른들을 뵙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페르가나 공항에서 타슈켄트행 비행기가 지연돼 생긴 3시간 가량의 대기시간에 원장님들께서 나누시는 한의학 관련 대화들과 내게 직접 시연해 주신 실습, 한의학 치료에 대해 강의하시는 모습들, 우즈베키스탄 현지 병원에서 침 치료를 활용하시는 현지 의사분 등 매 순간순간이 나의 시야와 생각을 확장시켜 주는 듯했다. 단순하게 ‘치료를 잘하는 한의사가 되어야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한의사가 되어야 할 지를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학생으로서 보내는 마지막 학기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매우 영광이었고,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우즈베키스탄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


원유미 학생

출처 : 한의신문(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55395&sfl=wr_subject||wr_content||wr_name&stx=komsta)

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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