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한의학으로 전한 나눔, 그리고 돌아온 울림

콤스타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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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TA 제175차 WFK 캄보디아 파견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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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 동의대학교 본과 2학년


나는 이타적인 사람인가?


KOMSTA 해외 의료봉사단에 신청할 때부터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날까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의문이다. 진정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인도주의적 나눔을 실현하는 과정. 내가 생각해 왔던 이상적인 봉사의 의미는 그렇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고등학교 때 특수학교에서 했던 봉사활동이나 대학교 동아리에서 참여한 진료소 봉사 등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들은 모두 나의 ‘스펙 쌓기’의 일환에 불과했다고 고백하고 싶다. 그렇기에 이번 175차 캄보디아 해외 의료봉사에 지원했던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외에서 환자들을 마주하며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사례를 배우고 선배 한의사분들과 소통하며 실력 있는 의료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욕심이 컸다.


그러나 봉사단에 선발된 이후, 이 소식을 주변 지인들에게 전하면서 마음 어느 한편에 불편함이 자리 잡았다. ‘어떻게 해외에서까지 다른 사람을 도울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라는 반응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렇게 대단하고 이타적인 마음으로 신청한 게 아니었는데...’라며 스스로 정의해왔던 봉사 의미와 내가 봉사에 신청한 마음이 너무나도 어긋남을 느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출국 날짜까지도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나 같은 사람이 과연 타인을 위해 진정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지금 하러 가는 것이 봉사가 맞는가? 내가 이 활동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가?


조금은 복잡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주일간의 여정 속에서, 나는 그 답을 조금씩 찾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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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진정한 가치를 배운 시간


우려와 달리, 나는 진정한 봉사를 하고 돌아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4일간의 활동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봉사란, 거창하고 거룩한 각오를 갖고 시작하지 않더라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일단 시작해 보면 그 의미를 깨닫는다는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얼떨결에 시작했을지라도 그 모든 시작이 결국은 봉사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불편함 몸을 이끌고 힘들게 먼 길을 찾아온 환자분들이 침 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진료실을 떠날 때면 그들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환하게 웃어 보이던 미소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해줬다. 내가 4일간 봉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그 미소였다. 분명 아픈 곳을 설명할 땐 잔뜩 찡그려진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던 환자분들이 늘 치료가 끝나면 웃고 있었다. 그리곤 꼭 진료실을 나가기 전, 나를 비롯해 진료해 주신 원장님과 통역 선생님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으며 ‘អរគុណច្រើន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라는 감사말을 남기셨다. 그럼 나도 양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며 웃어 보였다. 서로 다른 언어와 환경의 벽을 넘어 그저 웃음과 감사함으로 소통하던 그 순간 내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온기로 가득 찼다.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해서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진료로 몸이 많이 고되기도 했다. 온종일 서서 진료를 보조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러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보니, 숙소에 돌아와 씻고 누우면 다리는 퉁퉁 부어있고 발바닥은 말할 수 없이 아팠다. 그래도 봉사하는 그 순간만큼은 힘듦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오로지 환자분들이 치료받기 좋은 최선의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분명 한국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난 내 공부가 목적이었고 스스로를 그다지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곳에서의 나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깨달은 봉사의 진정한 의미는 그냥 ‘인간과 인간 간의 나눔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내가 나눈 것이 다시 돌아와 나를 채웠다. 환자들은 치료를 제공받았고 나는 환자들의 웃음으로 내 삶의 가치를 정립했다. 환자분들의 미소는 도움을 건넨 우리 봉사단의 손길이 긍정적 변화를 선사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나는 그 미소를 통해 내가 빛날 수 있는 순간은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때라는 것을, 내가 한의사로서 살아가는 것은 늘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의술을 베푸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다. 내 삶의 태도에 있어서 큰 파장이 된 경험이 되었다. 진료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며 팀원들과 하루의 진료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팀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는 한의약 봉사라는 이름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떠났지만, 역설적으로 나눔을 ‘받고’ 돌아갈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 모두 봉사가 ‘주고받음’의 과정임을 느낀 것이다. 각자가 이 봉사에 참여하게 된 목적과 동기는 다 다를지라도, 나처럼 스스로가 봉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더라도 결국은 나눔의 과정을 거쳐 결국 봉사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과 타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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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이 할 수 있는 일


캄보디아 현지 보건 환경은 상당히 취약했다. 병의원 시설이 적어 의료접근성이 열악했고, 높은 의료비 탓에 병이 악화되어도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는 환자들도 많았다. 특히 내원하는 환자의 70%정도는 요통 증상과 하지로 방사되는 통증을 가진 환자들이었다. 이때 한의학의 독자적 치료 방식인 침 치료는 빠른 효과를 증명하며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4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첫날에는 걷지 못할 만큼의 고통을 호소하던 환자들이 마지막 날 치료 후에는 건강한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침 치료를 통한 즉각적인 효과와 환자들의 고통에 대한 심리적인 지원, 한약 복용 등이 한순간에 어우러져 큰 효과를 유도할 수 있었다. 한의학의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물론 한계점도 있었다. 우리가 치료할 수 없는 분야의 질병도 있고 단기 의료봉사이기에 짧은 시간에 완쾌할 수 없는 질병도 있었다. 좋지 못한 도로 환경에서 발생한 여러 이물질에 의해 안구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다소 많았고, 소아마비나 뇌졸중으로 인한 편측마비 환자라던가 최고혈압이 200을 넘어가는 고혈압 환자들도 꽤 많았다. 심지어는 콜로디온 베이비라고 불리는 ‘층판상 어린선’이라는 유전성 희귀질환을 가진 환자도 내원했다. 몇몇 질환은 꾸준한 치료와 한약 복용을 통해 개선될 수 있었을 것이고, 몇몇 질환은 외과적 수술이나 양방 병원을 내원해 봐야 하는 경우들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 봉사단을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분명 그들에겐 친숙하지 못한 의학이었음에도 우리를 신뢰하고 의지했다. 침 맞는 것에 겁을 먹고 눈물을 흘리던 환자도 있었고, 침이 무서워서 한약만 받아 간 환자들도 있었다. 그럴 땐 건부항이나 피내침으로라도 치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환자들의 증상에 대해 들어주고 공감해 줬다. 그러한 우리들의 노력에 반응하듯 수 많은 환자들이 4일 내내 진료소를 찾아줬다.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긍정적 변화를 선사하고자 노력하는 인간적 교감의 과정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다. 그것이 한의학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을 직접 보여주고 온 것이다. 한의학은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안식을 주는 의학으로써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175차 WFK-KOMSTA 캄보디아팀의 활동에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짧게나마 감사를 전하고 싶다. 봉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움 주신 이승언 단장님과 권수연 대리님, 후배들의 한의학적 성장을 위해 매 순간 배움을 주시고 한의 치료의 실질성을 몸소 보여주시며 제가 배우는 학문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심어주신 김만제, 박종웅, 박성욱, 김효준 한의사 선배님들.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고생하며 끈끈해졌던 최다인, 김지원, 이민호, 송은재, 조서영, 김소이 6명의 일반단원. 봉사의 모든 과정에 있어서 물심양면으로 힘써주신 원불교 재단 교무님과 우리들의 부족한 언어 실력으로 인해 통역을 하느라 많이 고생했을 캄보디아 현지 통역팀원까지 모든 이들에게 수고의 박수를 보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쌓아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너무 소중한 인연으로 평생 기억될 것이다.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지내다 보면 마주하는 여러 순간들이 모서리를 만들어내겠지만 네모나기만 했던 마음이 둥글어졌던 지금의 경험과 따스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며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모두 봉사하는 삶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이채은 학생


출처 : 한의신문(https://www.akomnews.com)

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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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STA는 의료환경이 열악한 ODA 대상국 주민들을 위해 해외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파견국에서 학술교육 세미나, 임상교육 등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학을 알리고 교육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