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코로나 시대, 해외봉사에 대한 목마름으로 - 김희영 한의사님

콤스타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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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은 선한 한의학, 우즈베키스탄에서 치유의 힘 보여줘



 본란에서는 김희영 한의사에게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제162차 ‘World Friends Korea’(WFK)-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KOMSTA)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 의료봉사에 참여한 소감을 싣는다. KOMSTA는 한의학을 통해 현지 주민의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희영 한의사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쉽사리 마음먹지 못하는 그 일이 ‘봉사’ 일 것이다. 봉사를 하고자 용기를 내면 만나게 되는 긍정적 반응과 환자들이 보여주는 온정이 좋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요한 존재라는 데서 오는 자신감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의 큰 활력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진료실에서 경험한 한의학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터였다. 

2022년 8월 11일, 한여름의 더위와 폭우 속에 18명의 한의사, 한의과대학 학생 단원들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떠났다. 제2국립병원, 고려인협회, 아리랑요양원의 세 기관으로 나뉘어 봉사가 진행되었고 그 중 필자는 제2국립병원으로 배정되었다. 병원 측의 배려로 한의사 각각은 진료실과 3개의 침상을 배당받았고,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면서도 빠른 동선, 안전을 고려해 침대와 집기를 배치했다. 흡사 시골 학교의 양호실 같기도, 70년대 영화에 나옴직한 병원 같기도 했다. 입국 당일 한약제제 통관문제로 3시간여를 공항에서 나오지 못했는데 진료개시일까지도 진료용품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 모든 단원들이 마음 졸이며 시간을 보냈던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다. 


◇한의학은 어떤 치료를 잘 할 수 있습니까?


콤스타 단원들이 병원장과 간소한 환영식을 하며 들었던 첫 질문이었다. 장소를 내어주기는 하였지만, 우리가 어떤 치료를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소아 환자, 디스크 환자, 내과질환 환자를 보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세부적 질문이 이어졌다. 우리의 대답은 “모두 가능하다”였다. 

최고의 효과를 보여줘야 했기에 봉사단은 침 치료 뿐 아니라 한약제제, 부항, 도침, 추나 등 최대한의 것을 준비했다. 처방을 쓸 때는 학생단원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댔다. 의견을 나눠가며 제한된 처방 범위 내에서도 적방(適方)을 썼고, 치료의 효과는 극대화 되었다. 체형교정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추나도 시행했다. 

이번 콤스타 활동은 치료를 통한 봉사를 할 뿐만이 아니라 한의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알려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침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비단 환자들만은 아니었다. 현지 의사들도 침 치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 혈자리를 익히는 단기 트레이닝이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수요가 꽤 있을 정도다. 부항치료를 받은 현지 의사들은 동영상으로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현지 의사들을 대상으로 당뇨, 적절한 자침 깊이, 골절과 한의치료에 대한 세미나가 마지막 날 이뤄졌다. 유튜버, 공신력 있는 방송국에서도 우리의 진료 및 환자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고, 이는 한의학이라는 좋은 치료법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사상체질방 적용 환자 3일 만에 호전


이곳의 사람들은 40도를 웃도는 고온건조한 날씨에 버티기 위해 콜라를 즐겨 마신다. 양, 소, 닭고기를 사랑하며 기름진 볶음밥, 빵을 주식으로 먹는다. 한국에 비해 이곳의 음식은 달고 짜다. 때문에 당뇨, 고혈압, 비만이 흔하며 그로 인한 하지정맥류, 허리디스크, 무릎 관절통이 빈번했다.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말초신경이상, 두통 등 만성질환도 많았다. 

뚱한 표정의 아주머니가 불편한 걸음으로 진료실을 찾았다.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골연화증이었다. 이곳에서는 노화, 운동부족 등으로 인한 골다공증, 근력약화를 골연화증이라 흔히 칭하는 모양이었다. 결국 주호소가 문진표 한가득인 전신이 아픈 환자였다. 

특히 무릎 통증과 하지정맥류, 요통과 하지방사통을 심하게 호소하였다. 압통점을 찾아 꼼꼼히 눌러보니 환자는 자지러지게 반응한다. 해당 증상을 앓은 지 오래되어 디스크로 인해 신경이 눌려 다리의 굵기도 차이가 났다. 여태껏 치료받았는데도 효과가 없었는데 한의약치료라고 방법이 있겠는가. 그래도 별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일말의 희망이 그들에게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반가워하고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여느 봉사 때와는 다른 예상치 못한 뚱한 반응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한방과립제는 태음조위탕을 처방했다. 외국인에게 사상체질방을 써 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환자의 현증과 소증을 꼼꼼히 파악하며 선방(選方)한 것이 적방(適方)이었던 모양이다. 도침과 호침치료, 부항치료를 했고, 추나 치료로 틀어진 골반을 맞췄다. 3일차부터 환자가 통증뿐 아니라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며 밝은 미소를 보이기 시작했고, 마지막 날에는 감사의 눈물을 보이며 와락 안겨왔다. 

또 다른 아주머니는 다리에 거뭇한 반점이 생겨 온 분이었는데 이를 태음인 간열증으로 보고 ‘열다한소탕’을 썼다가 다음날 알레르기 반응이 더 심해졌다. 연교패독산으로 전방하고 해독 혈자리와 동씨 침법을 활용하니 하루 사이 피부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호전을 경험한 환자는 진료실에서 필자를 끌어안으며 ‘프린세스’라 불렀는데 어린아이처럼 그 말이 무척 설렜다.

팔 운동의 가동범위가 제한적이었던 오십견 환자는 팔을 번쩍 들어올리게 되었고, 다리저림으로 잠 못 이루던 환자는 간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진료실 내에는 치유의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라흐맛’, ‘스파시바’


반신반의하며 진료실을 찾았던 초진 환자들 열에 아홉은 사흘 내내 진료실 단골이 되었다. 환자분들의 만족도는 꽤나 높았다. 봉사기간이 끝난 후에도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고 싶다거나, 침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이어가겠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정성들여 치료해 주는 의료진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치료를 받고 나서 가족과 이웃을 함께 모셔왔고, 진료기간 내내 늘어난 환자 수를 실감하는 것이 이곳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다. 

치료를 받은 후 이곳의 사람들은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라흐맛(우즈베키스탄어, 감사합니다)”,“스파시바(러시아어, 감사합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뿌듯하기도 했지만 완치시켜드리지 못한 아쉬움과 체중관리 및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 혹여나 다시 불편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초심을 되새기게 된 이번 기회는 진료실 내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앞으로 함께하게 될 한의사로서의 소명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많은 이들과 즐겁게 교감하며 한의학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해준 콤스타에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김희영 한의사




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인도주의 실천, 나눔의 행복


콤스타는 의료환경이 열악한 ODA 대상국 주민들을 위해 해외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진행되는 학술교류 세미나를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학을 알리고 교육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