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MSTA, 네팔에 한의학 봉사 깃발을 (4)

-- 단기봉사 뿐만 아니라 중기봉사중

최 황 금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어느 광고에서 나온 말처럼 우리는 금요일까지 몰려드는 환자들을 정신없이 최선을 다해 돌보고 주말에 남쪽에 있는 치트완 국립공원로 떠났다. 한의사 한 분이 너무 지쳐 쉬며 체력보강을 해야 다음 주도 근무할 것 같다고해 못 가 참 안타까웠다. 이 곳은 우리가 있는 다딩보다 좀 더 따뜻하고 농경지도 많고 네팔의 중요한 관광지(198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중 하나로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이어 달리며 4시간 조금 넘게 도착한 곳이다. 카누도 타고 코끼리도 타보고 4시간 조금 넘게 짚차를 타고 정글사파리를 구경했으나 호랑이나 표범은 보지 못하고 코뿔소, 공작, 원숭이 등이 있는 광대한 야생사파리에 입이 짝 벌어진다. 열심히 노는 사람은 일 할 의욕도 더 생기는 법! 우리는 더 열심히 환자를 돌보기로 다짐다짐!

4주째 11-월요일, 어제에 이어 오늘 시작부터 환자가 많아지며 재진환자보느라 초진환자를 못볼 수 있다는 주장에 비율을 조절해야하나 고민하며 재진을 조금 줄여보기로 했다.

오전의 환자 한 분이 몇 년전 엑스레이를 가져와 진료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데 너무 오래되어 전혀 의미가 없다한다. 아마 본인의 의료기록을 자랑도 하고 싶었던 듯도...

어느 여성 환자 둘은 배와 자궁 쪽이 순환이 안돼 다리 한 쪽이 너무 차이 나게 부어 침을 놓고 빼니 그 자리에서 물이 나오는데 나는 엄청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순간 바보처럼 피가 물같은 사람도 있는 줄 알고... 그런데 자세히 보니 부은 곳에서 물처럼 나오는 것이다. 계속 눌러 뺄 수도 없고 여기서는 위생적인 뒷처리가 어려워 포비돈소독약만 바르고 보내는데 우리의료팀이 있는 동안이라도 원인치료를 해주려고 지속적으로 오라고 하며 보내는데 너무 안쓰럽다. 그 정도면 참 오랜 기간동안 고통스러웠을텐데...

지난 주부터 밀리는 대기환자들로 접수실은 사투! 중간에 통역하시는 분 아는 사람이라고 해 먼저 접수를 시키고 서로들 찜찜하여 2-3시간씩 기다리고 그러다 가는 사람도 있으니 앞으로는 원칙대로 하자고 점심시간에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그런데 그 오후에 이곳에서 우리 일을 도와주시는 분이 전화와서 2명 부탁해 진료소 사정 이야기하고 거절하는데 은근 미안했다.

12-화요일, 한식을 해주시는 네팔인 주방장의 어설픈 요리에 먹기 힘들어하다 결국 오늘부터 새로운 주방장으로 바뀌어졌다. 새로온 주방장은 10년 넘게 한국인의 히말라야, 안나프르나 등 산악 요리사였단다. 한국어도 나름 잘하고 한국요리가 수준급! 25kg넘게 짐을 지고 힘들어 세 걸음씩 걷고 쉬기를 반복하며 산에서 요리를 한 베테랑이어서 김치도 담고 나물도 맛있어 더없이 행복해졌다.

3시간씩 걸어서 출퇴근하는 교사가 무릎이 아파 왔는데 올 2월까지 30년 가까이 교사였던 나는 더욱 더 그가 안쓰러워 보였다. 그래서 걷기 전 후로 다리 스트레칭을 하라는 한의사님의 말을 듣고 열심히 가르쳐줬다.

6살에 결혼했다는 75세 할머니가 오셨는데 너무 놀라워 우리는 입을 쩍 벌어졌다. 그 할머니 우리나라의 민며느리제 같았나? 엄청 예뻤나?ㅎㅎ 그 손녀딸이 같이 왔는데 침 맞기 무섭다고 해 아프지 않게 지압만 해준다했는데 다른 진료실에서 할머니 침놓는 사이에 진료차트를 들고 도망가서 난처했다. 이런! 가려면 차트라도 놓고 갈 것이지...

접수실 쪽에서 술취한 할아버지가 치료를 빨리해 달라고 시끄럽게 난리가 났다. 대기번호92번이라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판인데 어쩌노?!... 결국 설득해 다음에 오시게 했단다.

옷의 군데군데 마른 풀이 있고 더러운 신발을 신고 침대에 오른 여자환자가 있어 깜짝 놀라 억지로 벗기니 발은 더 더럽다. 왜 안 벗으려 했는지 이해되고 온몸에서 온갖 동물 냄새가 나고 침 놓으려고 옷을 올리니 몸 속에서 파리가 나온다. 통역하는 네팔인 나라얀씨도 혀를 내두른다. 접수실에서 진료날짜가 길어지고 재진환자가 많아지며 진료차트를 찾는데 노인들이 이름도 성도 나이도 몰라 몇 십분씩 걸려 찾기도 하고 못 찾아 차트를 다시 만드는 일도 생겼다. 그래서 깜짝 아이디어로 그런 분들은 진료차트를 들고 사진을 찍어놓으니 마치 이산가족 찾는 모습 같아 웃음이 나온다.

13-수요일, 우리A팀 박재은 한의사가 어제 식은땀이 나고 너무 힘든데도 참고 하더니 오늘은 아파서 더 힘들어해 앞으로 남은 한 달의 진료를 위해서라도 오늘은 쉬라고 강제 권유를 했다. 오는 재진환자들에게 알리고 전에 받았던 같은 처방약만 드렸다. 초진은 다 B팀 이준한의사가 맡기로 했는데 그렇잖아도 많은데 더 많은 진료로 몸이 아플까 걱정이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오전에 환자가 다른 날에 비해 적다. 재은샘 아프다고 다딩에 소문났나?!... 다행! 모처럼 재은샘 진료보조인 나는 한가해 어색하고 몸은 편한데 쉬는 마음은 불편했다.

특히 월요일에 순환계통에 이상 있어 오랫동안 한쪽 다리만 부어 침을 놓아 많이 좋아졌다고 그 환자가 또 왔는데 안타깝다. 오후에 책임감 많은 재은샘 더운데 땀을 뻘뻘 흘리며 근무해야한다고 걸어오셨다. 훌륭, 대단! 나는 다시 진료보조를 하니 직장을 잃었다가 복직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자기 일이 있어야 행복한 법이다.

하루 일과 끝날 때 쓰는 한의사 진료일지를 보니 이준한의사님이 쓴 글이 눈에 띈다. 여기의 질병 중 호흡기, 피부, 소화기질환이 많은데 이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환경개선이 필요하단다. -먼지 때문에 마스크사용의 습관화, 짐 어깨로 매기(여기는 무거운 것을 끈으로 이어 머리로 들어 경, 흉추에 이어 복통, 두통까지 문제가 생김), 물 많이 마시기, 쪼리를 신발로 바꾸어 신기(쪼리로 발가락 변형과 몸의 균형이 무너짐)- 일리가 있고 이런 것을 여기 사람들에게 교육을 시킬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14-목요일, 신기신기! 재은샘 나은 줄 알고 환자가 다시 아침부터 몰렸다. 우리는 재은샘이 환자를 몰고 다닌다고 놀리며 또 다시 바빠졌다. 바쁜 틈에 파리도 엄청 많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 환자들의 옷에 풀 묻고 냄새나는 환자도 더 많아졌다. 이 무슨 상관 관계인지?!...

오후에 할머니 한 분이 자신의 머리와 입에 손을 댄 후 우리팀들 다리에 손을 대며 입을 맞추려 하는데 놀라 통역사에게 물어보니 너무 고마울 때 취하는 행동이라고 해 황송하고 기분이 너무 좋다. 침치료가 끝난 환자도 줄 서서 기다리는 환자와 마당에 마냥 앉아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여유롭고 자유롭게 보인다. 여기의 놀이는 수다인듯.

B팀의 환자가 고맙다고 콩을 가져오셔서 내일 밥에 넣어 먹기로 했다. 말이 안통하는 따망족들의 이중 통역을 자처하고 자신의 아픈 친척과 어머니까지 모셔오는 한국형 부지런하고 오지랖 넓은 부녀회장같은 고마운 따망족 아주머니다.

요즘은 환자들이 많아져 대기시간이 길고 심지어 순서가 안되어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젊은층이나 생산연령층보다는 시간 많은 노인들이 많이 와서 기다리고 노인정처럼 즐기고 계신듯하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치료를 받아야할텐데...

15-금요일, 오전에 초진1000번째 환자 기념사진을 찍고 한방파스, 자운고와 한국에서 가져 온 연고를 선물했다. 억울?하게 우리 A팀은 999, 1001번 환자를 받고 천 번째 환자는 B팀으로 갔다. 999번 환자 치료하다 아이디어는 내가 냈는데 ㅠㅠㅎㅎ

우리가 머무는 게스트하우스 근처 일하시는 분이 침 맞으러 오면서 2번째로 물소우유를 가져 오셔서 오전 간식으로 마시는데 너무 고맙고 맛이 약간 탄냄새가 나는 듯하나 고소하다. 그 정성이 너무 고맙고 기분 좋아 오후 내내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했다.ㅎㅎ

한국 가고 싶어 한국어 공부한다는 청년이 와서 침 맞고 가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길래 한국 가서 원하는 것 잘 이루라고 격려해 줬는데 기특하고 왠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여기 통역사들도 한국에서 몇 년씩 일한 사람들이다. 네팔보다 공기도 좋고 여러 가지 여건들이 좋아 기회만 되면 또 가고 싶다 한다. 여기는 외국에 일하러 간다고 하면 돈도 잘 빌려준단다. 그만큼 여기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70년대 건설붐으로 중동으로, 또 서독에 광부, 간호사로 갔던 것처럼...

10일 전부터 손과 팔에만 사마귀가 엄청 많은 청년이 치료하러 왔는데 적절한 약이 없어 박재은한의사가 안타까워 하다 가져온 미니뜸으로 치료해주고 시간이 없으니 방법을 가르쳐주고 집에서 할 수 있도록 해주려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 접수실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치료해 줄 기회가 생겨 나는 기쁜 마음에 2층 약재실에 뛰어올라가 미니뜸을 챙겨와 한의사샘에게 말하고 속으로 반가워했는데 2시 이전에 대기표가 끝나 진료를 못 하고 그냥 갔다. 내가 멀리서 봤을 때 기다렸다고 뜸치료로 해보자고 말해줬더라면 오늘은 치료 못했어도 기뻐했을텐데... B팀의 양수언니처럼 환자를 보면 반가워 한국말, 영어, 네팔어 아무말이나 섞어 가며 친화력을 발휘함이 오늘처럼 부러운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