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차 필리핀 한의약 의료봉사

 

첫 번째 해외봉사를 다녀와서____이승현 (대구 대림한의원. 이상헌 둘째딸)

 

 

봉사라고는 고등학교 때 인근의 병원에서 나이 드신 환자분들을 병간호 해드린 것 밖에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국내 또는 해외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마땅한 봉사활동을 찾아내지 못한 점도 있고, 학기 중에는 과제에 시달려 봉사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버지를 덕분에 해외봉사의 기회를 우연히 접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다. 아버지랑 둘이서만 해외로 가야되기 때문에 어머니를 대신해서 아버지를 보필해야한다는 약간의 부담감과 처음 해외의료봉사를 한다는 기대감으로 필리핀에 도착하였다.

첫날 봉사를 하게 될 장소에 도착 하였을 때 과연 내가 여기서 과연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 까 싶었다. 하지만 나와는 반대로 다른 분들은 이런 해외봉사에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매우 체계적으로 일을 시작 하셨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기 위해 약국 쪽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쯤 아버지께서 통역을 부탁하셨다. 아버지 옆에 앉아서 정부에서 보내주신 필리핀 봉사자들이 필리핀 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드렸다. 따라서 비교적 수월하게 봉사를 한 것 같아 다른 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영어로 대화를 할 마땅한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회화실력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다. 일반적인 회화에서 사용되지 않는 전문 용어들을 들을 때 마다 살짝 당황하였지만 용어를 몸짓을 사용하며 설명해주셔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는 있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어 해외의료봉사를 오게 되면 진료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의료용어를 어느 정도 공부하여 조금 더 디테일을 살려 통역해드려서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병원을 잘 다닐 일이 없었던 나로서는 아픈 사람들을 볼일이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진료를 보시는 한의사 분들을 보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 열정이 없고 봉사정신이 없다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존경스러웠다. 특히 단장님께서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심한 상처나 종기를 가진 아이들을 치료하시는 모습을 보며 멋있고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다만, 비위가 너무 약해서 고개를 돌려버린 내가 부끄러웠다.

필리핀 통역사분과 중간 중간에 나눈 대화를 통하여 필리핀의 사람들이 타국으로 여행가는 것을 부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대학생들이 알바나 저축을 통해 한번쯤은 외국여행을 간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월급이 하루하루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만 주어지기 때문에 따로 저축을 할 기회가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무리 요즘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소위 헬 조선이라고 칭하지만 사실 이것도 어느 정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의 투정으로 느껴졌다.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만 보다보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존감만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항상 내가 처한 상황이 최악이 아님을 인지하고 다시 일어날 용기를 이번 필리핀 봉사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장면들 까지 추억 할 수 있도록 사진 찍어주신 허만규 원장님, 선희언니 감사드립니다.